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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대해줘 신수근 선우재덕

by besoop 2024. 5. 14.

 

“예나 지금이나 우리 것을 탐내는 파렴치한들이 나라 안팎으로 설치니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닌가.”

(우림 신씨 26대손. 윤복의 조부) 


성산마을의 수장. 
비단결처럼 매끈한 얼굴에, 두루마기를 걸친 우아한 풍채는 
대충 한복 입은 리처드 기어 느낌. 
고져스한 외모와 달리, 성격은 시종일관 엄근진이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마을을 개방하자는 안팎의 목소리에도 
눈 하나 꿈쩍 않는 고집불통, 흥선대원군 저리가라다. 


원래부터 이리 폐쇄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 파리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약탈당한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국제적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는 것은 물론, 
기부와 봉사를 아낌없이 실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꼽히는 그.
하지만, 하나 뿐인 아들이 마을 개방에 앞장섰다 세상을 떠난 뒤,
수근은 마음의 문도 마을의 문도, 단단히 걸어 잠갔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절대 성산마을을 개방할 일은 없을 것이라 다짐 또 다짐하며, 어린 손주 윤복을 흔들림 없는 후계자로 엄격하게 키워왔거늘,
반백 년 전 파리에서 헤어진 첫사랑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고요했던 수근의 마음에 태풍이 몰아친다.